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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장 지암스님 동안거 해제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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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조계산선암사
    댓글 0건 조회 3,307회 작성일 22-02-15 15:44

    본문

      바람 끝에 봄내음이 묻어오는 시절입니다. 얼었던 산이 녹고, 계곡물 소리가 차츰 커지더니, 말랐던 나뭇가지에도 물기가 올랐습니다. 이제 곧 조계산 자락에도 새순 돋고, 꽃 피며 왁자지껄 새 봄이 올 것입니다. 자연은 이렇듯 누가 시키지 않아도 묵묵히 제 할일을 하며 생명을 키우고 봄을 맞습니다.

     

    지난겨울 우리 절 칠전 선방에서는 수좌들이 동안거를 났습니다. 오늘이 그 마지막 날입니다. 구순의 겨울 밤낮동안 지심(至心)으로 화두를 참구(參究)하고, 망념에서 벗어나 제법의 실상을 보았다면, 스승께서 보이신 깨침의 자리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수행은 그렇듯 한 발 한 발 부처님께로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깨침을 이루어 나가는 수행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합니다. 위로는 제불보살과 호법신중의 가호가 있고, 옆으로는 함께 구도하는 도반과 사부대중의 헌신이 있으며, 아래로는 천지만물의 음덕이 있습니다. , 우리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존재들의 은혜와 희생 속에 살고 있고, 그 안에서 수행하여 불지(佛地)로 나아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수행자는 그 성취가 깊고 넓어질수록 빚진 존재임을 자각하고, 나아가 그 빚을 갚을 방도를 간구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오늘 동안거를 성만하시고 산문을 나서시는 스님들과 이 법석에 모이신 사부대중께 당부드립니다.

     

    부지런히 정진하고, 얻은바 선근이 하나라도 있다면 남김없이 회향하십시오!”

      

    회향이야말로 뭇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수행자 스스로를 키우는 진리입니다. 자타분별을 넘어 반야바라밀이 올곧게 구현됨을 이르는 것이고, 또 다생(多生)동안 입은 불은(佛恩)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입니다. 무엇보다도 불보살님께로 다가가 그 마음을 닮아가는 수행 그 자체의 다른 이름입니다.

     

    마지막으로 <능엄경>의 찬불게 일구를 읽으며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願今得果成寶王<원금득과성보왕>

    還度如是恒沙衆<환도여시항사중> 

    將此深心奉塵刹<장차심심봉진찰> 

    是則名爲報佛恩<시즉명위보불은> 

     

    바라옵건데, 지금 보왕(=부처)이 되는 성과를 얻어, 

    이처럼 항하사 같이 무수한 중생을 제도하게 하소서. 

    이러한 깊은 마음으로 티끌처럼 많은 세계의 부처님을 받들 것이오니,

    이를 일러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불기2566년 음력 115

     

    태고총림 조계산 선암사 방장 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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