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장 지암스님 하안거 결제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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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身無實是佛身(견신무실시불신)
了心如幻是佛幻(요심여환시불환)
了得身心本性空(요득신심본성공)
斯人與佛何殊別(사인여불하수별)
몸이 실다움 없음을 보면 이것이 곧 부처의 몸(佛身)이며,
마음이 환(幻)과 같음을 깨달으면 이것이 곧 부처의 마음이로다.
몸과 마음의 본성이 공(空)임을 요득한다면,
이 사람이 부처와 무엇이 다르리오.
『전등록』에 전하는 이 게송은 과거칠불 중에 네 번째이신 구류손부처님의 법문입니다. 매우 간명한 문체로 깨달음의 요체를 설하시는 것이어서 우리 납자들은 물론, 재가 신도분들도 깊이 새겨야 할 법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몸뚱이는 사대(四大)의 화합에 지나지 않는 것이어서, 인연이 다하면 결국 흩어지고 맙니다. 또한 외경을 만나 쉼 없이 요동치는 마음 역시 실체 없는 허깨비와 같은 것입니다. 제법이 공한 것인데, 몸과 마음이라도 어찌 예외일 수 있겠습니까?
석가모니부처님께서도 당신의 마음 하나 깨달아 성도하셨습니다. 석가모니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그 마음과 우리의 마음이 본래 둘이 아니라 하였습니다. 도는 결코 멀리 있지 않습니다. 내 몸에도, 내 마음에도, 천지만물 어느 것에도, 어김없이 있는 것입니다. 온 우주에 충만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여실히 관하고 오롯이 체화하여 하나되기 위한 방편이 수행입니다.
때문에 수행자는 늘 배움의 자세를 바로 가져야 합니다. 만유에 항상 넘치는 도를 배우고 체득하는 것이 수행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선교겸수로서 화엄의 대가를 이루신 환성지안(喚醒志安, 1664-1729)선사께서는 ‘돌에 앉으면 견고함을 배우고, 물에서는 청정함을 배우고, 솔을 대해서는 곧음을 사유하고, 달은 밝음을 생각하노라, 말 없는 만상이 다 스승이요 도반이니, 비록 산림에 홀로지만 주반(主伴)이 이뤄지는 구나(坐石學堅水學淸 對松思直月思明 無言萬像皆師友 雖獨山林主伴成)’라고 하셨습니다. ‘시학도(示學徒)’라는 제목의 시인데, 여기서 학도는 불도를 배우고 익히는 수행자입니다. 즉 수행자에게 바른 배움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시는 경계(警戒)의 글인 것입니다.
오늘 신축년 하안거 결제일을 맞이하여, 입방하신 수좌스님들께는 확철대오(廓徹大悟)를 향한 굳은 뜻을 다시금 되새기시길 바랍니다. 또한 선원의 안거에 동참하지 못하시는 대중들께서도, 각 처소에서 용맹정진하는 마음으로 석달간의 안거에 임하시기를 당부합니다.
불기2565년 신축년 하안거 결제일
태고총림 선암사 방장 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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